더 나은 오늘

서평/소설

시간과 장의사 책 서평

Jis_ 2021. 11. 17. 08:35

떠나온 강남대로에는 오늘도 꿈 대신 간판들이 반짝거렸다


여러 책들을 읽던 중에 문득 '이묵돌' 작가의 블루노트가 주었던 여운이 떠올라 다시 이묵돌의 책을 찾았다. 1년도 더 전에 구매해놓고 두번 정독한 후 보관해놨던 '시간과 장의사'에 대한 기록이 없다는 게 생각이 나 또 한번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내 '이묵돌'의 덕질의 시작인데, 블루노트에서와 마찬가지로 마냥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

글의 대부분의 주제가 '상실'에서 파생된 것인 만큼 우울하고 아릿한 느낌의 글이 계속된다. 그런데 보통 그런 기분이 들면 벗어나려는 생각이 들거나, 무기력함에 너덜너덜해지기 마련인데 이묵돌의 글은 '슬픈 글이니 힘을 내서 더 열심히 슬프자!' 와 같은 이상한 마음이 생긴다.

우울감에 젖어있는게 수평선이 보이는 푸르른 바다 한 가운데 둥둥 떠다는 느낌이라 우울함 속에서 감정의 자유로움과 개방감을 느낄수 있어 좋다.


두꺼운 책이지만, 글자수가 많지만, 생각하는 시간도 길고 읽는 시간도 꽤 걸리지만 너무나 짧게 느껴지는 글이다. 읽은 김에 블루노트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차기작은 언제쯤 내주시려나..


📝메모
✔ 처한 환경에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을 한 사람과, 당연히 할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을 한 건 결과가 비슷할 뿐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 잘 쓰든 못 쓰든 간에, 세상에서 더 많은 슬픔을 느끼도록 태어난 사람들은 결국 글을 쓰게 돼요. 누가 읽어 주지 않더라도 계속 쓰겠죠. 설사 기계보다 못한 글이라도 계속 쓸 거예요.



✔ 보통 슬픈 건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될 때인데, 그건 아니었던 것 같거든요. 전 최선을 다했어요. 그떄도, 지금까지도.



✔ 내가 되찾고 싶었던 것은 소현이의 마음이 아니라,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해마지않던 내 자신이었다.



✔ 우리 세대한테 문학이라는 걸 되찾아 주고 싶다고 할까요?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요...



✔ 찬란히 빛나는 별들은 우리의 아주 작은 발광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 희망하는 것과 무작정 믿는 건 비슷하지만 달라. 믿는 건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서 하는 일이지만, 희망하는 건 매일 조금이라도 나아가기 위해 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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