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지도 않는, 되도않는 짓거리 마. 자기 혐오 우울병에다 인간 혐오까지 찌들어서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하잖아. 더 편하기도 하고. 나 하나 부정하기에도 충분히 힘든거 알면서, 뭐 그렇게 싫어할 거리를 더 만드려고 발악중일까? 아무짓도 하지 말고 눈 꼭 감고, 귀 틀어막고 산다면 다시 고요함만 버티면 되는 일을. 지렁이는 사람 손과 닿으면 그 체온만으로도 화상을 입어버린다지. 나도 지렁이인지 사람과 닿는다면 아무리 다 괜찮아 보여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결국 화상 흉터만 남아버리고 마는걸. 늘, 여태까지 하던대로 해.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면 큰일난다잖아? 근데 지금보다 더 큰일날 게 얼마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