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의 잔잔한 물결은 많은 걸 비춘다. 파란 하늘, 쨍한 태양, 날아오르는 새들, 늘 곁을 지키는 숲의 나무들, 그리고 그곳을 찾은 나의 모습도. 모든 것을 비추는 호수였기에, 나는 내가 느끼는 내가 아니라 멀찍이서 보이는 ‘나’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었다.
물론 호수의 기분에 따라 내가 다르게 보이겠지만, 어쨌거나 내가 느끼는 나보다는 더 잘 알 수 있었다. 다 아는 것처럼 보이고 싶은 나. 상처를 받을까 봐 먼저 상처줘버리는 나. 두려운 나.
이 소설은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선명한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 교차점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아픔, 그 속의 성장을 다룬다. 이런 성장소설의 묘미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수록 읽는 이도 함께 성장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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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나도 아프지만, 언젠간 꼭 이순간을 떠올리며 미소지을 때를 기다린다.
📝메모
✔ 그 말투에는 분명 서운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서운하다는 건 그러니까, 마땅한 것을 받지 못했을 때 생기는 마음이다.
✔ 그 생각이 또 언뜻 떠올랐다. 물어볼까? 그 정도는 물어도 될 것 같았다. 우리는 이제 어느 만큼 우리가 됐으니까.
✔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다른 사람의 눈길만으로 아파지는 것들이 있다.
돌이킬 수 없으면서 사라지지도 않는 것들이 있다.
사라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 사람은 왜 자기한테 일어난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까. 제 마음의 일을 어째서 자신이 모를까. 그건 제 안에서만 담긴 거라서 남들은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인데.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하면 끝내 아무도 모를 일인데.
✔ 서운하다는 건, 누군가를 위해 마련해 둔 자리에만 생겨 나는 마음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서운해지기도 하는 일인 모양이다.
✔ 혼자 어른스러운 척, 세상 물정 다 아는 척, 언제까지고 이따위로 살겠지. 무엇도 되지 않겠지.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둘러싸인 채 안간힘을 쓰기나 하겠지. 이런 몰골로.
✔ 좋은 일도, 사랑한 일도 그저 지나가 버리지 않는다. 눈처럼 사라지겠지만 그렇다고 눈 내리던 날의 기억마저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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