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오늘

서평/에세이

회사원 서소씨의 일일 책 서평

Jis_ 2021. 10. 30. 17:08

관계와 갈등은 그냥 동의어다


"결국,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것은 이야기뿐이다.

잊혔던 감수성을 깨우고.
낡아 스러지던 의지를 다시 불태우는 것.
어떤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그것은, 오직 이야기뿐이다."

-전지적 독자 시점


여태 읽은 글 중에 진짜 가장 인상적이었던 글이다. 책을 좋아하고, 글을 즐기며, 이야기들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써 이렇게 큰 울림을 주는 글은 앞으로 없을 것 같다. [회사원 서소씨의 일일]은 이 단락이 완벽하게 녹아들어 있는 것 같다. 그저 작가님의 이야기를 써내렸을 뿐인데 즐거움을 얻고, 설렘을 느끼고, 슬픔에 잠겼으며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


'실제로 이런 일들을 겪었다면 이 작가는 너무 비현실적인 현실을 사는 사람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드라마틱하지만 실제로 겪을 법한 내용들을 부드러운 글로 전해주어 진짜 가까운 사람의 근황을 듣는 느낌이 들어 몰입감넘치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딱히 하이라이트랄게 없다. 모든 내용이 각자의 개성으로 돋보여서 꼽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책들은 한번씩은 지루해져 피로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이 책을 읽을 땐 그런 느낌이 전혀 들지않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끔찍했던 순간은 얼굴에 종이가 뿌려지던 신입사원 때도 아니었고, 못 먹는 술을 억지로 먹다가 코피를 쏟으며 기절했던 날도 아니었다. 그건 '지난 십이년은 어찌어찌 버텨냈고 오늘도 하여간 살아냈으며, 내일도 그럭저럭 힘을 내어 견뎌볼 순 있겠으나, 나는 앞으로 이십 년 아니, 어쩌면 삼십 년쯤 더 이런 나날들을 반복해야만 하는 것이구나'라는 사실을 느닷없이 깨달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 바보 같은 나와 바보 같은 사람들. 나와 그들이 벌이는 바보 같은 일들을 반복해서 겪다 보니 '이 세상은 도대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 때가 있었다.



✔ 자, 서소씨의 다리가 부러졌어요. 치료를 받고 붙기를 기다렸다가 적절한 재활 훈련을 해야 다시 뛸 수 있겠죠? 만약 다리가 부러졌는데 굳센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어떨까요. 그런 짓을 했다간 영영 달리지 못하게 될 수도 있을 거에요. 정신질환, 성격장애란 그런 겁니다.



✔ 뭐, 어쩌다 연락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 매번 모든 연락이 무척 닿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내가 별로 소중하지도, 아쉽지도 않은 사람들인가 보다 하고 나도 거리를 둔다.



✔ 회사 생활은 '이 더하기 이는 사'라는 계산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더하기 이는 아마도 오일 것이다' 라는 상사의 말에 맞추어 '오'를 만들면서도 별로 마음 쓰이지 않는 사람들이 잘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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