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성은 그런 거야. 오로지 현재만 있지. 지금의 좌절, 지금의 안도감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는 수많은 종류 중 그 어떤 관계보다도 가까운 부모자식간의 관계에서의 회복되어 더 끈끈해질 수 있는 정도를 까마득히 넘어선 가장 강렬한 갈등을 통해 이상적이었던 한 가족이 점점 갈라지다 못해 파멸하는 모습을 그려낸 소설이다.
이 가족의 엄마가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자신이 낳은 아이와 갈등이 커지다보니 모성애와 대상에 대한 분노, 두려움, 혐오감이 섞이는 게 쉽게 접할만한 조합이 아니라 상당히 새로웠다. 더군다나 이런 복잡한 감정선을 글로 잘 표현해주었기에 글에 더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쉽게 이해하여 인물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이 소설의 큰 장점인 것 같다.
소설 속 인물간 갈등을 통해 누구는 옳고 누가 잘못했고 하는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도 재밌지만, 부제 [내'것'이 아닌 아이]에도 나타나 있고 인물간의 대화에서도 드러나듯 아이를 과연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고민도 꽤나 흥미로웠다. 과연 부모의 소유물이라면 어떤 문제들이 생길까,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면 또 어떤 문제가 생길까, 정말 소유물로 정의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등등
이런저런 많은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갔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아이는 그저 아이다. 부모의 '것' 이 아닌, 그저 부모의 '아이'. 다른 무언가로 정의하지 말고 아이는 아이인 그대로 보아주는게 맞다는 결론이었다.
암튼 소설은 재밌었다.
✔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을 필사적으로 바랐어. 아이에게서 떨어질 수 있는 휴식을 바랐지. 그건 내게는 합리적인 요구처럼 보였지만, 당신은 아직도 내가 당신에게 나 자신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 처럼 행동했어.
✔ 그 외에는 그 아이가 이 세상에 왔을 때 일이 거의 기억 안 나.
그 아이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떠났는지는 모든 게 기억나.
✔ 이 일에서 나는 이렇게나 혼자였어.
✔ 분노 때문에 숨 쉬기가 힘들었어. 슬픔 때문에 눈을 뜨고 빛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어. 나는 어둠 속에 속했고, 어둠이 응당 나의 몫이었지.
✔ 당신은 침대 끝에 앉아서 두 손에 머리를 묻었어. 당신의 등뼈가 흔들리고 눈물이 마치 우리 부엌 수도꼭지에서처럼 천천히, 고르게 똑똑 떨어져 바지위로 흘렀어. 고백이 당신 안에서 끓고 있었지. 당신의 속 깊은 곳에서 뽑아낸 무거운 것, 당신이 이제껏 소리내어 말해본 적 없는 것.
✔ "무슨 얘기라도 하고 싶니?"
"엄마가 다시 나갔으면 좋겠어."
"네 방에서?"
"우리한테서. 나랑 아빠한테서."
[이 글은 인플루엔셜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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