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사람과 한 사람이 손을 잡고 걷는 매 순간, 꽃이 피어나는 향기의 소리로 온 세상이 가득 차는 기분
Sns의 시는 강렬하지만 가벼워 금방 잊히고, 유명한 시인들의 시는 깊이감이 있지만 어려워 발 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이 작가는 서문에서 밝힌 대로 너무 가볍지도 않고 너무 어렵지도 않게, 발 들이기는 쉽지만 금방 잊히지 않는 '적당한' 시들을 잘 지어 놓은 듯 하다.
'적당한'이라고 해서 평범하거나 심심한 느낌은 또 아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깊어질 수 있고, 자신의 경험에 따라서 얼마든지 색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 였다.
무엇보다 저자가 오직 '시인' 만이 직업이 아니기에 가져오는 차별점들도 많았다. 페이지 안에서의 재미와 분위기를 주는 디테일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각 챕터 도입부 부분을 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는 형태로 해 놓았는데 그 부분이 감성적인, 한편의 영화의 도입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의 센스와 정성이 돋보이는 부분들이었다.
한번씩 나오는 짧은 에세이와 같은 글들도 이전에 읽은 시를 잘 녹여 더 부드럽게 흡수하도록 도와주어 시집에 대한 부담감을 훨씬 덜어준다.
시로 만들어진 공간 속에서 기억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한없이 포근해질 수 있는 책이었다.
+감성적인 선물용으로도 👍
✔
운명이고 싶은
그 마음이
운명이 아닌가 해서
✔ 목욕
물에 잠겨
네 생각에 젖는다
네 생각에 불어난
주름과 지문이 물에 풀리니
네게 가는 지도를 그린다
빠져 죽고 싶었다
✔ 슬픔은 슬픔 본연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으며 그 채도가 무엇보다 진하다. 그렇기에 다들 싫다 말하지만 쉽사리 빠져버리며 아무리 마음이 단단한 이라 한들 그 아름다움에 빠지는 순간, 한참을 녹아내려 허우적거린다.
✔ 별과 같이 반짝이지는 못하더라도
꽃처럼 향기롭지는 못하더라도
바람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지는 못하더라도
그저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존재
지금의 나는 내가 꿈꾸던 '자연'그러운 어른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겠지
나도 너도
우리 삶도
✔ 예술가
예술?
솔직히 지금도
뭔지는 모르겠어
설령 평생 모를지라도
예술가는
무언가를 온전히 사랑하는 사람인 것 같아
✔
믿으니까 말을 안 하는 남자와
믿으니까 말을 듣기 원하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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